영화 경주기행 리뷰 (연기, 복수극, 가족영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적 복수'라는 소재 때문에 통쾌한 응징 장면을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 눈가를 훔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 《경주기행》은 자극적인 복수극을 원하는 관객과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원하는 관객 모두를 동시에 붙잡는 드문 작품입니다. 연기: 구멍 없는 네 모녀의 앙상블 제가 직접 관람하고 나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이 "저 네 명 진짜 자매 아니야?"였습니다. 그만큼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만들어낸 앙상블(ensemble), 즉 여러 배우가 하나의 호흡으로 빚어내는 집단 연기의 조화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앙상블이란 개별 연기의 합산이 아니라 배우들이 서로 주고받는 반응과 긴장감 자체가 연기가 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게 그대로 구현됩니다. 이정은이 보여주는 건 단순한 '화난 엄마'가 아닙니다. 광기와 슬픔이 실핏줄처럼 뒤엉킨 모성애인데, 그 감정의 밀도가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다릅니다. 웃다가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는 표정을 보면서 저는 그게 연기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습니다. 이런 연기를 두고 업계에서는 흔히 '카멜레온형 퍼포먼스'라고 부릅니다. 카멜레온형 퍼포먼스란 한 인물 안에서 복수의 감정 레이어(layer)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눈빛인데 장면마다 의미가 달라 보이는 연기입니다. 공효진·박소담·이연의 티격태격하는 자매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봉고차 안에서 단체 티를 맞춰 입고 어설프게 작전을 짜다가 삑사리를 내는 장면은,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즉 어둡고 무거운 현실을 유머로 비틀어 내는 장르 기법이 얼마나 생활감 있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생각보다 훨씬 크게 웃었고, 그게 오히려 나중에 후반부 감정을 더 세게 만들었습니다. 복수극: 도파민 대신 선택한 것 《경주기행》이 여타 사적 복수 장르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