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리뷰 (사이다 전개, 후반부 아쉬움, 청춘 성장극)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엔 유행 타는 드라마 중 하나려니 하고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1화가 끝나자마자 다음 화를 찾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학창시절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박새로이의 뚝심 있는 선택들이 묘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이 드라마가 왜 2020년 방영 당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지금 다시 돌아봐도 납득이 갑니다.
사이다 전개의 정체, 왜 이렇게 속이 시원했을까
혹시 드라마를 보면서 "이 장면은 내 얘기다" 싶었던 적 있으셨나요? 저는 박새로이가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장면에서 그런 감각을 처음 느꼈습니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소신이라는 개념을 드라마 전체의 뼈대로 삼았다는 점이 이 작품을 다른 드라마와 구분 짓습니다. 소신이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가는 태도를 뜻합니다.
주인공은 대기업 '장가'에 맞서기 위해 이태원 골목에 작은 포차 '단밤'을 창업합니다. 이 과정이 비즈니스 복수극의 전형적 서사 구조를 따르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진 건, 복수의 수단이 폭력이 아닌 정당한 상업적 경쟁이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복수극이란 개인이 거대 권력이나 조직에 경제적·상업적 방법으로 맞서는 서사 유형을 가리킵니다. 당시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으로 최고 시청률 16.548%를 기록했을 만큼(출처: 닐슨코리아), 이 공식은 대중에게 명확하게 통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 서사의 힘이 더해졌습니다. 조이서라는 인물은 단순한 러브라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전략적 사고로 비즈니스 전략을 설계하는 핵심 참모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략적 사고란 목표 달성을 위해 자원과 상황을 분석하고 최적의 경로를 설계하는 사고 방식입니다. 박새로이의 뚝심과 조이서의 냉철한 계산이 맞물리는 장면들은, 단순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넘어서는 지적 쾌감을 안겨줬습니다. 제가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이 드라마를 본 건 어쩌면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후반부 아쉬움, 아쉽다고 느낀 게 저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이 드라마, 끝까지 완벽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데, 처음에는 제가 너무 기대치를 높게 잡아서 그런 거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그리고 여러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봐도 후반부에 대한 아쉬움은 공통적으로 반복됐습니다.
중반부까지 팽팽하게 유지되던 비즈니스 긴장감이 후반으로 갈수록 납치극이나 시한부 설정 같은 클리셰(Cliché) 장치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클리셰란 창의성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진부하게 느껴지는 표현이나 설정을 가리킵니다. 이는 비단 이 드라마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장편 드라마의 구조적 특성이기도 합니다. 극적 텐션, 즉 이야기 내에서 갈등이 얼마나 팽팽하게 유지되는가의 정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투입하는 방식은 16부작 포맷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제가 특히 아쉬웠던 건, 박새로이의 성공이 결국 본인의 실력보다 주변 인물들의 희생과 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인상을 줬다는 점입니다. 이상주의(Idealism)가 서사의 동력이 되는 건 좋지만, 현실과의 간극이 지나치게 벌어지면 드라마 자체의 설득력이 흔들립니다. 이상주의란 현실보다 이상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뜻하는데, 비즈니스 현실과 이상적 주인공 사이의 거리를 메워줄 논리적 연결고리가 후반부에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대중 드라마가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쾌감을 위해 일정 부분 현실성을 내려놓는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단단한 마무리를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태원 클라쓰가 후반부에서 아쉬움을 남긴 요소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즈니스 대결 구도 대신 납치·시한부 설정 등 통속적 위기로 긴장감을 대체한 점
- 주인공의 성공 과정이 논리적 전략보다 우연과 주변 인물의 희생에 의존한 점
- 후반부 러브라인 중심 전개로 초반의 청춘 비즈니스극 분위기가 희석된 점
- 악역 캐릭터의 몰락이 정당한 경쟁이 아닌 극적 장치에 의존한 점
청춘 성장극으로서의 진짜 의미, 지금 봐도 유효할까
후반부 아쉬움을 다 인정해도, 이 드라마가 청춘 성장극으로서 남긴 인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춘 성장극이란 주인공이 역경과 좌절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담은 장르를 뜻합니다. 저는 당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이 흐릿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방향보다 속도보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먼저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특히 '단밤' 포차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캐릭터, 전과자 출신, 다문화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팀을 이루는 설정은, 드라마가 단순히 한 개인의 성공 서사를 넘어 소수자 포용이라는 현대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합니다. 소수자 포용이란 사회적 약자나 소외 계층을 차별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 구조를 지향하는 가치를 말합니다. 이러한 다양성 메시지가 이태원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맞물리면서 드라마 전체에 독특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가호의 OST '시작'이 흘러나오는 장면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음악과 시각적 서사가 결합되어 감정 이입을 극대화하는 방식, 즉 감각적 내러티브의 활용이 이 드라마에서 특히 뛰어났습니다. 드라마 OST의 영향력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도 별도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밤토리 헤어스타일이라 불리는 박서준의 특유의 머리 모양과 함께, 이 OST는 드라마의 상징이 되어 지금도 들으면 그 장면들이 바로 떠오릅니다.
이 드라마가 저에게 남긴 것, 그리고 지금 다시 볼 사람들에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드라마에서 거창한 인생 교훈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본 게 아니었거든요. 그냥 유행하니까 본 건데, 보고 나서 "목표를 정하면 언젠가 이룰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드라마 한 편이 사람에게 그런 작은 방향 전환을 줄 수 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후반부의 통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드라마는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가는 것의 멋짐'을 청춘에게 각인시킨 작품으로 충분히 자리매김합니다. 지금 진로로 고민하는 분이라면, 완벽한 드라마를 기대하지 말고 주인공이 넘어지는 과정을 보며 '나도 괜찮겠다'는 감각을 얻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가 있는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현재 전편 스트리밍으로 제공되고 있으니, 한 번쯤 다시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태원 클라쓰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 스트리밍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 JTBC에서 첫 방영된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구독 중이시라면 별도 비용 없이 바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Q. 후반부가 많이 실망스럽다던데, 그래도 볼 만한가요?
A. 저도 후반부의 전개 방식이 아쉬웠던 건 사실입니다. 다만 초반 1화부터 10화까지의 전개만으로도 충분히 감상 가치가 있습니다. 후반부의 클리셰적 전개를 감안하고 보신다면 실망보다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드라마 OST '시작'은 누가 불렀나요?
A. 가수 가호(Gaho)가 부른 곡으로, 드라마의 대표 OST입니다. 주인공 박새로이의 도전과 성장을 상징하는 장면들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드라마 방영 후에도 오랫동안 인기 차트에 머물렀습니다. 지금 들어도 드라마의 분위기가 바로 떠오를 만큼 완성도 높은 곡입니다.
Q. 원작 웹툰과 드라마 중 어떤 게 더 낫나요?
A. 원작 웹툰은 조광진 작가의 작품으로, 드라마보다 비즈니스 전략 묘사가 더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드라마는 시각적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감정적 몰입감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원작을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시면 두 매체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 드라마가 진로 고민 중인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요?
A. 제 경험으로는 '도움이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답을 주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시기에 작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로 고민 중이신 분들에게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를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완벽한 작품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에게 필요했던 건 "소신을 지키며 살아도 괜찮다"는 한 줄짜리 메시지였고, 이태원 클라쓰는 그걸 16부작 내내 다른 방식으로 반복해서 보여줬습니다. 후반부 아쉬움을 알고서도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다면, 그건 충분히 좋은 드라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