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 라이드 리뷰 (케미스트리, 로드무비, 팝콘무비)

주말 오후, 별 생각 없이 극장을 찾았다가 예상보다 훨씬 신나게 웃고 나온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퍼스트 라이드》가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강하늘과 김영광이 함께 장거리 드라이브를 떠나는 이야기인데,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친구한테 '우리도 한 번 이렇게 달려볼까' 하는 말을 꺼낼 정도로 여운이 남았습니다.

케미스트리, 이 둘이 진짜 친구처럼 느껴지는 이유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시나리오대로 연기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하늘과 김영광의 호흡이 자연스러웠거든요. 연기에서 '앙상블(ensemble)'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앙상블이란 두 명 이상의 배우가 서로의 리듬에 맞춰 감정선을 주고받는 협연 방식을 뜻하는데, 이 영화에서 두 배우의 앙상블은 솔직히 최근 본 한국 영화 중에서 손에 꼽을 만했습니다.

특히 차 안에서 벌어지는 티키타카 장면들이 그랬습니다. 초보 운전의 긴장감에 식은땀 흘리는 장면, 고속도로에서 길 치기 당하고 억울해하는 장면, 사소한 이유로 다투다 씩 웃어버리는 장면까지. 저도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됐을 때 처음으로 장거리 운전을 나섰다가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멈춰버린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의 식은땀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2030 관객층에서 유독 공감도가 높다는 이야기가 돌던데, 저는 그 이유가 단순히 '젊은 배우'가 나와서가 아니라고 봅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찌질한 말다툼, 무모한 내기, 어이없이 무너지는 허세 같은 것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런 감정의 '리얼리티(reality)', 즉 실제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날것의 현실감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로드무비의 문법과 이 영화가 넘지 못한 선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화를 보다가 후반부에서 한 번 팔짱을 끼게 됐습니다. '로드무비(road movie)'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로드무비란 여행 혹은 이동 과정을 통해 인물이 내면적으로 성장하거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을 골자로 삼는 서사 장르를 말합니다. 이 장르의 고전적인 공식이 있는데, 여행 중 갈등 극대화 → 위기 → 화해·성장의 흐름입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이 공식을 거의 교과서처럼 따라갑니다.

문제는 그 갈등이 다소 억지스럽게 터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초반의 경쾌한 호흡과 달리, 후반부에서는 감동을 유도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두 인물 사이의 묵은 갈등이 폭발하는 구조가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서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전반부가 워낙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흘렀기 때문에, 갑자기 터지는 신파적 감정선이 오히려 극의 공기를 흐트러뜨리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영화 평론에서는 이런 현상을 '내러티브 붕괴(narrative disruption)'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내러티브 붕괴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갑작스러운 전환이나 설득력 없는 갈등이 삽입되어 관객의 몰입이 끊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퍼스트 라이드》 후반부의 갑작스러운 감정 폭발이 딱 그 경우였다고 생각합니다.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도 아쉬웠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인물들이 등장했다가 금세 사라지는 '소모적 카메오' 방식으로 쓰여서, 이야기의 두께가 그만큼 얇아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래 부분만큼은 영화가 확실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1. 시원하게 달리는 드라이빙 씬의 촬영 구도와 편집 리듬이 영화 내내 활기를 유지시켜 줍니다.
  2. OST(original soundtrack)가 장면 전환마다 적절히 배치되어, 쉽게 말해 '음악이 영상의 감정을 한 박자 앞서 끌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 주인공 두 사람의 개인적 고민, 즉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대사가 아닌 상황으로 전달되는 장면들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 자료에 따르면(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20~30대 관객층의 선호 장르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드라마'로 꾸준히 집계되고 있습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바로 그 수요를 정확하게 겨냥한 기획으로 읽히고, 그 측면에서는 충분히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팝콘무비로서의 자격,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팝콘무비(popcorn movie)'라는 표현, 들어보셨습니까? 팝콘무비란 깊은 사유나 복잡한 메시지 없이도 극장에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성 위주의 상업 영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낮춰 보는 뉘앙스로 쓰이기도 했는데, 저는 요즘 들어 이 단어가 꽤 긍정적인 의미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퍼스트 라이드》를 보고 나서 주변에 물어봤더니, '그냥 머리 비우고 웃고 싶을 때 딱이다'라는 반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영화적 독창성이나 심층적인 인물 서사를 기대하고 간 분들은 약간 허탈할 수 있지만, '주말 오후 친구랑 가볍게 볼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는 꽤 정직하게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는 작품이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영화 비평에서는 이런 장르를 '장르 관습(genre conven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장르 관습이란 특정 장르가 관객과 암묵적으로 맺는 기대의 계약 같은 것으로, '이 장르를 선택했다면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를 공유하는 약속입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청춘 로드무비라는 장르 관습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성실하게 해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관습을 비틀거나 넘어서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CGV 리서치센터의 관객 반응 조사 결과를 보면(출처: CGV), 동반 관람객이 있을 경우 코미디·드라마 장르의 만족도가 단독 관람 대비 평균 15%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퍼스트 라이드》처럼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함께 보러 간 사람과 영화가 끝난 뒤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즐기는 게 훨씬 즐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영화 끝나고 동행과 나눈 대화가 영화만큼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퍼스트 라이드, 커플이나 가족이랑 봐도 괜찮을까요?

A. 친구 둘이 나누는 티키타카 중심이라 연인이나 가족보다는 친한 친구끼리 갔을 때 공감도가 훨씬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남녀노소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아서, 특별한 거부감 없이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자녀와 함께하신다면 초등 고학년 이상 정도부터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운전을 못 하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가요?

A. 운전 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초보 운전의 긴장감이나 돌발 상황이 소재로 쓰이긴 하지만, 그보다 두 친구가 함께 겪는 감정의 흐름이 이야기의 중심이라 차를 모는 사람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런 여행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Q. 후반부 신파가 심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요?

A. 영화 후반부에서 두 인물 사이의 갈등이 다소 급격하게 터지고, 그 뒤 화해 과정에서 감정선이 다소 과하게 설명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전반부의 경쾌한 분위기와 온도 차가 있어서 어색하게 느끼실 수도 있는데, 그 구간이 길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제 경험상 판단입니다. 신파에 예민하신 분이라면 살짝 감안하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Q. 강하늘과 김영광 중 누구의 연기가 더 인상적이었나요?

A. 제 경험상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김영광이 보여주는 '겉으론 쿨한 척하지만 속은 여린' 결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강하늘은 코믹한 장면에서 타이밍이 워낙 정확해서 극장 안 웃음을 거의 혼자 책임지는 느낌이었고요. 두 배우의 장점이 서로 다른 방향에 있어서, 어느 한쪽을 고르기가 솔직히 어렵습니다.

《퍼스트 라이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첫 장거리 드라이브처럼 설레고 가끔은 아찔하지만 결국 즐거운 영화'입니다. 서사의 깊이보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청량한 비주얼을 앞세운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기분이 가벼워지는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충분히 선택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 오후에 믿을 수 있는 친구 한 명 잡아서 함께 보러 가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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